화폐가 흔들릴 때, 실물의 힘이 깨어난다

화폐가 흔들릴 때, 실물의 힘이 깨어난다

화폐가 흔들릴 때, 실물의 힘이 깨어난다
화폐가 흔들릴 때, 실물의 힘이 깨어난다

실물자산은 그 자체로 가치와 효용이 있는 자산입니다. 금과 원유, 부동산, 인프라 같은 실물자산은 화폐가 사라져도 남는 ‘현실의 부(富)’를 대표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물자산의 역사와 구조, 자산군별 특징, 그리고 현대 금융 속에서 실물자산이 왜 다시 주목받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돈의 시대가 지나도 남는 것

우리는 ‘자산’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주식이나 부동산을 떠올린다. 그러나 돈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인간은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교환했다. 그것이 바로 실물자산(Real Assets)이다.

실물자산이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며, 본질적인 효용이 있는 자산이다. 금, 원유, 곡물, 부동산, 인프라, 예술품까지 —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쓸모’가 있다. 이런 자산은 금융 시스템이 무너져도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지금, 디지털 금융이 일상이 된 2020년대에 다시 실물자산이 주목받고 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불안정한 세계경제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화폐가치는 흔들리지만, 땅과 금속, 에너지의 가치는 여전히 현실에 남는다.


1️⃣ 투자 개념의 뿌리는 ‘실물’이었다

‘투자’라는 개념은 사실 실물자산에서 출발했다.
고대 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땅, 곡물, 가축 같은 실물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 예컨대 곡창지대를 소유한 귀족은 매년 수확철마다 곡물로 임대료를 받았고, 이는 오늘날의 임대 수익형 부동산과 다르지 않았다.

무역의 시대에는 배 한 척이 투자 상품이었다. 상인은 선박 건조와 항해 자금을 대고, 무역품 판매 수익을 나누었다. 현대의 펀드나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원형이 바로 이 구조다. 즉, 모든 금융투자의 기원은 실물에서 시작되었다.


2️⃣ 실물자산의 진짜 매력: 내재가치(Intrinsic Value)

실물자산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금은 장식품으로, 또 전자산업 재료로 사용된다. 부동산은 사람이 살거나 일하는 공간으로 필요하다. 원유는 자동차와 발전소를 움직인다. 이런 ‘현실적 필요성’은 실물자산의 가치를 지탱하는 뿌리다.

그래서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이 올 때 특히 빛난다.
물가 상승은 곧 실물 가격의 상승이기 때문이다. 화폐가치는 떨어져도 금값과 땅값은 오르는 현상,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2021~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던 시기,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700달러에서 2,0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같은 시기 한국 주요 도시의 아파트 전세가율도 상승세를 보였다.

즉, 실물자산은 단순한 투자대상이 아니라 물가와 리스크에 대응하는 ‘실질 자산 보호막’인 셈이다.


3️⃣ 실물자산의 한계: 환금성과 유동성의 딜레마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물자산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낮다.
주식은 클릭 한 번으로 팔 수 있지만, 부동산은 거래 절차에 수개월이 걸린다. 원자재는 보관비용이 들고, 인프라는 초기 투자금이 막대하다. 또한 실물의 특성상 세금, 유지관리비, 감가상각이 발생한다.

즉, 실물자산은 ‘느리지만 단단한 자산’이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기 수익만 노리면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 실물자산은 시간을 담보로 하는 투자다.


4️⃣ 실물자산의 세 가지 대표군

① 귀금속·원자재 (Commodities) — 가치의 원형

금, 은, 원유, 구리 등은 산업과 인플레이션의 바로미터다.
특히 금은 고대부터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지만, 위기 때마다 사람들은 금으로 몰린다. IMF, 코로나, 지정학적 긴장 — 위기의 순간마다 금 가격은 상승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금 보유량의 60% 이상이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에게 있다. 이는 금이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라 글로벌 신뢰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단점은 변동성이다. 원자재 시장은 수급, 정치, 날씨, 전쟁에 따라 급등락한다. 따라서 단기 트레이딩보다는 포트폴리오 내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5~10% 비중 보유하는 전략이 적절하다.


② 부동산 (Real Estate) — 현금흐름과 자본이득의 결합

부동산은 실물자산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임대 수익이라는 정기 현금흐름과, 자산 가치 상승이라는 자본이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2024년 기준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은 약 3억 원 수준으로, 임대수익률은 평균 2.8%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세금과 관리비를 고려하면 실제 순수익률은 낮지만, 물가상승기에는 매매가 상승으로 이를 상쇄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부동산의 유동성 부족과 세금 부담, 정책 리스크는 늘 존재한다.
즉, ‘묻지마 투자’가 아닌 지역·입지·수익구조 분석이 필수적인 실물자산이다.


③ 인프라 (Infrastructure) — 장기 안정형 실물투자

인프라는 도로, 전기, 수도, 통신, 데이터센터 등 사회의 근간을 구성하는 자산이다.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는 어렵지만,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자산군이다.

인프라는 장기 계약 기반으로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며, 금리 환경에 따라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예컨대 유럽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펀드는 연평균 5~7%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인프라는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다. 경기가 나빠도 사람들은 여전히 전기를 쓰고 도로를 이용한다. 그래서 인프라는 ‘경제의 중추이자 방어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5️⃣ 디지털 시대, 실물자산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Real World Asset Tokenization)’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부동산, 금, 미술품 같은 실물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거래하는 방식이다.

2025년 현재, 글로벌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는 약 1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실물자산의 전통적 한계였던 유동성 부족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 실물자산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 세상은 바뀌어도 ‘실물의 가치’는 남는다

화폐는 진화하고, 금융은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러나 ‘가치가 있는 실물’이라는 개념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실물자산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현실의 경제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자산이다.

부동산, 금, 원유, 인프라 — 각각의 속성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존재 자체가 가치’다.
물가 상승이 두려울 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다시 실물로 눈을 돌린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내 자산 중 현실에 닿아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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